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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동 vol.1] 아껴두고 싶은 동네, 금호동으로🏘-2

기타1년 이상


생활자의 시선으로 살핀 동네 구석구석의 이야기, 〈순간 이동〉.
열띤 성원에 힘입어 금호동의 두 번째 에피소드로 돌아왔습니다.(짝짝) 금호동의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잠시 금호동 주민이 되어 동네 곳곳을 함께 산책해봤는데요. 금호동 이웃들이 좋아하는 동네의 공간부터 장면, 이웃 사람들까지 금호동의 다채로운 이모저모를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그 연장선으로 금호동을 이루는 다양한 이웃들의 깊은 이야기를 소개해보려고 해요. 정성 어린 한 끼로 우리를 따듯하게 배 불리고, 문화공간을 만들어 성장의 작은 발판을 마련하는 금호동 이웃들의 따듯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도 금호동으로 함께, 순간 이동해볼까요?


Q. 2017년도에 카모메 그림책방을 여셨어요. 책방 소개 한번 부탁드릴게요.
A. 카모메 그림책방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방’, ‘타로를 통해 그림책을 추천하는 신비로운 그림책방’, 두 가지 콘셉트로 운영하고 있어요.

Q. 그림책방지기로서 그림책의 가장 큰 매력을 소개해주신다면요?
A. 그림책은 가독성이 뛰어나고, 독자가 해석으로 채울 공간이 많아요. 그림책 한 권을 읽는 건 3분 만에 할 수 있는데, 나눌 수 있는 이야기는 엄청 많죠.

Q. 그래서 책방에서 다양한 모임을 운영하시나 봐요. 독서 모임, 타로 프로그램이 있죠?
A. 처음 책방을 운영하면 단순히 책만 판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곳이 동네의 작은 문화공간이 되는 거거든요. 그림책을 활용해서 바느질하거나, 시를 쓸 수도 있어요. 이곳에서는 그림책으로 독서 모임도 하고, 타로를 활용해 그림책을 추천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해요.


Q. 금호동 주민뿐만 아니라 다른 동네 분들도 많이 오신다고 들었어요.
A. 제가 전업주부였기 때문에 저처럼 경력 단절을 겪은 여성분들이 많이 찾아오세요. 그분들이 실제 작가가 되기도 하고, 그림책 활동가가 되기도 해요. 올해 VIP 고객 두 분은 자기 동네에 그림책방을 냈어요. 재미있고 즐거워요. 책임감도 느껴지고요.

Q. 책방 앞에 고양이 얘기도 듣고 싶어요. 오가는 주민분들이 전부 고양이를 아는 눈치더라고요.
A. 예쁘니요? 저는 예쁘니라고 불러요. 이 건물 전체가 얘의 집이에요. 저희 책방보다 고양이가 더 인기가 많죠. 저희 옆집이 ‘할머니냉면’인데, 거기가 예쁘니의 밥집이고, 여기가 놀이터인 셈이에요.(웃음)


Q. 요즘 금호동에서 친한 이웃도 소개해주세요. 어떤 분들과 친하세요?
A. 논술학원 ‘리드인’ 사장님이랑 ‘헤렌디 커피’ 사장님이랑 친해요. 헤렌디 커피 사장님은 제 롤모델이기도 해요. 닮고 싶은 건강한 어른이에요. 다들 묶여 있는 존재라 책방에서 카페로, 카페에서 논술학원으로 그렇게 마실 다녀요. 저희만의 노는 법이에요.

Q. 금호동에서 사신 지 11년, 책방을 운영하신 지는 6년 정도 되셨어요. 금호동 주민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려요.
A. 여기서 태어나고 오래 산 사람은 아니어서 조심스럽지만, 금호동 사람들이 자꾸 놀러 갈 때 밖으로 나가는 게 아쉬워요. 이 안에서 놀았으면 좋겠거든요. 금호동을 더 놀기 좋은 곳으로 같이 만들자고 말하고 싶어요.


Q. 사장님 안녕하세요. 사장님이 김경자 선생님이신 거죠? 사장님 이름을 내걸고 하는 가게잖아요. 손칼국수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게를 여신 거예요?
A. 네, 제가 김경자고 올해로 예순 됐어요. 손칼국수에 대한 자신감보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들고, 가격도 싸잖아. 5천 원. 우리는 김치도 직접 다 담가서 손님상에 내요.

Q. 요즘 물가가 정말 많이 올랐잖아요. 5천 원이면 정말 싼 거 아니에요? 가격 올리실 계획 없으세요?
A. 가격 안 올려요. 동네 단골이 오시기 때문에 올리고 싶어도 못 올리겠어. 칼국수가 서민적인 음식이잖아요. 동네 분들이 점심시간에 간단하게 한 끼 먹는 식사라 올릴 수가 없어.

Q. 가게 이름에 사장님 이름이 있으니까 불편한 점은 없으신지 궁금해요. 어떠세요?
A. 누가 그러더라고요. 자기 이름을 불러주면 좋다고. 근데 실제로도 너무 좋아요.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김경자 씨’라고 부르는 게 더 좋아요. 차라리 이모, 어머니가 더 좋아.

Q. 그럼 저도 지금부터 ‘경자 어머니’라고 호칭할게요.(웃음) 경자 어머니께서는 금호동에서 가게 여신 지 얼마나 되신 거예요?
A. 벌써 19년이 흘렀으니까, 2003년부터 여기서 손칼국수를 팔았어요. 고향이 전라남도 벌교인데, 19살에 올라와서 지금까지 금호동에 살았지.

Q. 단골도 정말 많을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으신지도 궁금해요.
A. 여기 앞에 있잖아. 내가 좋아하는 손님 우리 남편.(웃음) 우리 남편이 내 칼국수에 빠졌어. 평생 칼국수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나 봐.(웃음)


Q. 어머, 칼국수로 싹튼 사랑이네요. 어머니, 그럼 금남시장에서 친한 이웃들도 소개해주세요.
A. 이 동네가 참 인정스러워. 다 친한데, 토탈패션, 은진건어물, 우리 가게 앞에 떡방앗간이랑 제일 친해. 우리 아침마다 밥도 같이 먹거든. 내가 8시에 반찬 하나 찌개 하나 만들어가면 방앗간 언니는 밥해놔. 그러면 거기서 먹어. 우리 동네 좋은 동네예요.(웃음)

Q. 반찬도 엄청 여러 가지 파시잖아요. 주민분들이 반찬도 많이 사 가시죠? 금호동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반찬은 뭐예요?
A. 배추김치랑 파김치가 대박적으로 잘 나가. 보통 하루에 배추는 30포기 담그고, 파는 30단에서 50단 까거든. 멸치 반찬 사러 오신 손님이 잡채 좀 해달라고 하면 해주다 보니까 이렇게 많아졌어.

Q. 칼국수도 그렇고, 반찬도 그렇고 주민분들이 이렇게 애용해주니까 엄청 뿌듯하실 것 같아요.
A. 항상 하는 소리가 내가 금호동 사람들 때문에 산다고 그래. 그 생각을 많이 해. 그리고 감사해. 진짜 나 눈물 나려고 그래. 금호동 주민이 없었으면 이 자리에 어떻게 있겠어, 없어. 나는 앞으로 욕심도 없고 지금 이대로만 했으면 좋겠어. 이대로도 충분하니까.


“드디어 저 언덕의 끝이 보여요.”
오랜만에 건강한 땀방울을 흘리며 언덕에 올랐어요. 금호동 주민의 말을 빌려, 마을버스를 타고 오르는 게 아니면 힘에 부친다는 높은 언덕에 올랐더니, 금호동이 한눈에 들어왔죠. 금호동을 촘촘히 채운 아파트 풍경 아래로 빨간 벽돌집이 펼쳐졌어요. 금호동의 과거와 현재가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었어요.

금호동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금호동은 ‘인정스럽다고’ 목소리를 모으더군요. 인도를 가득 채운 형형색색의 파라솔, 금호동의 인정은 오래된 전통시장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금남시장의 풍경과도 겹쳐 보여요. ‘인정스럽다’는 말은 적어도 금호동에서는 서로에게 인정을 베풀겠다는, 재차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오래되고 당연한 약속처럼 느껴졌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혹시 제가 끼니를 거를까, 칼국수 한 그릇을 먹고 가라신 칼국숫집의 경자 어머니처럼요.

도심의 중심, 양옆으로 성수동과 한남동을 끼고 있는 동네 금호동. 금호동은 다른 동네의 시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대로 유유히 흘러갑니다. 정말, 오래오래 아껴두고 싶은 모습들을 간직한 채로 말이에요.

글 채지선 ㅣ 사진 신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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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91댓글 97
  • Noblesse 프로필 이미지
    Noblesse
    송파동 ∙ 1년 이상

    맛있게어요.꼭 먹으러갈께요**^~^**

    • 낙장불입
      개군면 ∙ 1년 이상

      안녕하세요
      참오래전친구가그리워지는
      동네금호동
      오랜만에되새기게하는
      금호동
      정겨워요
      화이팅 금호동

    • 겨울 프로필 이미지
      겨울
      천호제1동 ∙ 1년 이상

      칼국수집 주소가 알고싶네요? 고향이 저와 같아서요. 전남 벌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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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빛
      용현2동 ∙ 1년 이상

      부럽습니당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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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지나
      장안동 ∙ 1년 이상

      안녕하세요!?
      좋은 소식 반갑습니다
      좋은동네 소식
      맛있는 칼국수도 먹고
      서점에서 책한권 사서
      멋진 나무 아래서 읽고
      싶어요 좋은소식 주셔서
      감사합니다 꼭한번 가보고
      싶네요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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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미남
      중3동 ∙ 1년 이상

      깔국수 엄마가 밀어서 해주던 방식 콩가루
      넣어서 앏고 가늘게 썰어서 후루룩 마실수있었던
      생각이나요!
      한번 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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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Ze
    소호동 ∙ 1년 이상

    내가사는 금호동은 친절한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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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닉네임
    삼평동 ∙ 1년 이상

    1편에 이어 2편도 아껴두며 보고싶어요! 고마워요 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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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평동 ∙ 1년 이상

    제가 사는 서현동은 예쁜 나무와 귀여운 아이들이 많은 동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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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랑
    별내동 ∙ 1년 이상

    응원합니다 화이팅 하세요 ^^